모래 놀이치료는 영국의 정신분석가이면서 아동 심리치료자인 로웬펠트가 개발하였습니다. 그는 어린아이가 자신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하고, 심리치료의 한 형태인 모래 놀이를 제안했습니다. 모래 놀이는 아이가 자신의 내면세계를 나타내는 기법이라고 하여 세계기법(World Technique)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아이가 물이나 모래, 피겨를 가지고 놀 때 생각과 감정이 잘 표현되므로 모래놀이가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하였습니다. 다음에서 모래 놀이치료의 구성과 기법, 치료 효과, 그리고 사례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구성과 기법
칼프는 로웬펠트의 세계기법에 융의 분석심리학 개념과 자신의 이론을 접목시켜 모래 놀이치료를 아동의 심리치료 기법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융은 무의식 속에 상징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상징들이 꿈, 환상, 그리고 창의적 행위를 통해서 의식에 나타나고 치료 과정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모래 놀이치료의 구성과 기법을 보면, 먼저 모래상자는 가로 57cm 세로 72cm 높이 7cm로 합니다. 이보다 더 크게 하지 않는 이유는 상자가 클수록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소품으로는 사람, 동물, 건물, 차량, 건설장비, 식물, 울타리, 광석, 풍경, 환상적인 존재 등 인간생활의 축소판 모형이 사용됩니다. 이 도구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생활을 반영하는 세계를 만들고 내면적인 생각, 고민, 갈등을 표현합니다. 모래놀이에서 트라우마에 관련된 것이라 볼 수 있는 예를 몇 가지만 들어보면, 피규어를 던지거나 상자 밖에 놓는 것, 피규어를 모래에 묻는다거나 안보이게 숨기는 것, 서있는 형태의 피규어를 일부러 넘어뜨려 놓는 것, 공격적인 동물들 안에 어린이 피규어가 둘러싸여 있는 것 등입니다. 그리고 상자에서 놀이를 하는 영역이 어디이고, 좌우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위치를 보는 것도 분석에 포함됩니다. 자신의 생활을 반영하는 세계를 창조하는 모래놀이를 할 때 치료자는 이런 상호작용을 관찰하며, 세션 종료 후에 분석을 합니다. 모래 놀이치료에서 치료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모래놀이를 하는 동안 옆에서 열린 마음으로 놀이 과정을 함께 느끼면서 전후의 흐름 관계에서 파악해야 합니다. 치료자는 역할극이나 스토리텔링, 창의성을 표현하는 활동 등의 기법을 이용하여 내담자가 스스로의 감정과 행동을 탐색할 수 있도록 안전하고 지지적인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치료자는 내담자가 피규어를 가지고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관찰하여 심리적 상태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 문제 해결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모래놀이에서 삼차원을 표현하는 창의적인 과정이 나타나고 이를 통해 이전에 드러내 본 적이 없는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며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도록 합니다.
치료 효과
모래 놀이치료의 전제는 ‘적절한 조건이 주어질 때, 인간은 무의식 깊은 곳에 스스로 치유하려는 힘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모래놀이를 이용한 심리치료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치료 효과는 많은 연구에서 입증되고 있습니다. 모래 놀이치료는 모래 상자에서 작은 피규어와 물 등을 이용하여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이미지화하여 만듭니다. 언어적 의사소통뿐 아니라 놀이를 통해서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 외상 경험을 드러내어 치료자와 내담자가 깊고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합니다. 모래놀이를 하면서 그동안 분명하지 못했던 의식과 무의식의 소통이 일어나고, 무의식의 문제들이 치료되면서 행동 변화가 일어납니다. 쇼르는 모래놀이 치료에서 언어를 통해 좌뇌로 상호작용을 하지만, 한편으로 비언어적 소통으로 우뇌로 상호작용하면서 상대의 목소리, 몸짓, 눈맞춤 등의 신체표현에 무의식적인 내용이 들어있다고 하였습니다. 놀이를 하면서 자기를 이해하고 감정의 순화가 일어납니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모래 놀이치료에서도 내면 성장과 치유가 일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즉 모래놀이를 하면서 내담자가 상징적 재현을 통해 내면의 세계를 투사하고 무의식에 대한 통찰력을 줌으로써 자기 치유가 일어나게 합니다. 내담자가 내면의 상태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기 위해서는 내담자가 치료자에게 안정감을 느끼고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관계가 형성되면 놀이를 하면서 스스로 치유될 수 있습니다. 청소년이나 성인의 경우에도 모래놀이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여 치료가 필요한 시점으로 퇴행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 치료법은 주로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사용되지만, 트라우마나 스트레스, 장애 등과 관련하여 감정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이나 성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정서적 애착 문제, 중독 행동, 사회적 행동 문제, 청소년 비행 및 학교생활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가진 사람들에게 적용되었고,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례
청소년은 상담과정에서 치료사와의 대화를 기피하며 방어하는 경향이 있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투를 수 있기 때문에 모래 놀이치료가 유용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모래 놀이치료는 청소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평가나 강요, 제약없이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으므로 흥미를 주고 저항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중독인 중학생을 대상으로 모래 놀이치료를 한 결과, 치료과정을 마친 후에 또래 친구들과 관계가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알코올 중독자 자녀의 낮은 자아존중감과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모래 놀이치료를 통해 자존감이 높아지고 아버지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정서적으로 민감한 시기의 청소년이 모래놀이를 통해서 억압된 감정이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뀌는 등 모래 놀이치료가 청소년기의 정서적인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주었습니다. 모래 놀이치료는 학대나 방임으로 상처가 있는 아이들에게도 모래를 만지고 노는 촉감과 놀이 행동 자체로 치료를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위기에 처해 있는 아이가 고통을 말로 표현하지 못할 때 모래 놀이로 자연스럽게 표현하게 함으로써 아이가 감정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인을 대상으로 모래 놀이치료를 한 사례를 보면 3개월의 치료과정을 마치고 우울감이 이전보다 감소되고, 인지적 퇴행이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이수경, 2009). 그 외의 많은 연구들에서도 3~4개월, 6개월의 모래 놀이치료를 한 결과 정서나 부적응 문제가 개선되고 자아존중감이 높아졌다고 보고합니다.